2014년 여름, 돈이 없었던 대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때마침, 노삼 중 한 명인 희원이가 좋은 알바자리가 있다며 소개시켜 주었고, 희원이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희원 승주도 함께. (결국 또 노답삼형제 셋이 뭉침). 노답삼형제인데 괜찮았냐고? 가게는 망하지않았는데 이전했다. 어쨌든 망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했던 곳은 하몽, 학센, 소세지 등 여러 종류의 육류를 위주로 파는 정육점은 아닌 조금 고급? ‘고기전문점’이었다. 그때 나는 하몽과 학센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때 알게 된 갓 구운 학센의 맛 역시 여전히 잊지못한다. 압구정에 있던 그 레스토랑은 지금 자리를 옮겼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후로 학센은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값이 꽤 비싼 탓에 자주 먹지 못한 것도 한 몫했다. 그런데 웬걸, 학센을 집에서 먹을 수 있다고? 어디 노씨세요? 롱 타임 노씨~~ 너무나 반가운 슈바인학센! 오랜만이야! 아르바이트를 할 때 교육을 받았던 그 문구 그대로 적혀있었다. 독일식 족발요리. 그리고 손님들이 많이 찾았던, 내가 좋아하기도 하는 독일식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재철크루와 똑같이 나 역시 언박싱의 기회를 마미에게 빼앗겼다. 그래서 아쉽지만 조리법과 학센 사진이라도..! 여담은 여기까지하고, 얼른 요리를 해보자. 수많은 요리를 거쳐란 F(에어프라이기, 에프)이기에 더럽다. 창피해서 흑백 에프 180도에서 10분간 앞뒤로 구워주면 노릇하게 잘 익는데, 크기가 작은 편이 아니라 조금 큰 에프가 필요하다. 에프는 학센을 간편히 요리하기에는 좋지만, 오븐을 더 추천한다. 학센은 겉바 속촉이 진리이기 때문에, 겉바속촉으로 더 다가가려면 오븐이 제격이다. 준비됐다면, 얼른 동족상잔의 현장으로 가보자. 슈바인학센 혼밥정식 이 사진에는 킬포가 참 많다. 첫번째, 학센을 혼자 다 먹는 건 분명 무리인데, 사진은 누가봐도 혼밥의 한상차림인 것. 두번째,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갑(자기)분(위기)화분, 마지막으로 첫 집공개라 사진에 너무나 신경 쓴 나의 마음이 다 드러나 있다. 어떻게든 제일 예쁜 벽지를 배경으로 있어보이게 찍고 싶었다. 사이판 글때부터 있어보이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실패하는 게 네번째 킬포일수도. 향초에 불까지 붙였으면 정말 우스워졌겠다. 하지만 곧 정말 우스워질 예정. 위에서 바라본 학혼정 (학센 혼밥 정식) 이왕 찍는거 여러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던 우리 마미. 갑자기 찻장에서 뭔가 뒤적이더니, 갑자기 리본을 묶은 와인잔에 콜라를 따라주는 마미. 워-오. 정말 우스워졌다. 혼자 먹는 건데 뭘 리본까지 묶냐며 마미에게 뭐라고 했는데, 와인잔에 먹으니 뭔가 기분은 났다. 가세 가세 박을 가세 있어보이는 사진은 이만하면 됐으니 얼른 꺼내서 먹자! 하고 도마 위에 턱 하니 동료의 다리를 올려놓고서 설겅 설겅 썰어보았다. 우리집 F의 도움으로 겉은 조금 크리스피하고 속은 촉촉한 슈바인학센이 완성됐다! 하지만 ‘조금 더 구워볼 걸 그랬나? ‘싶게 바삭함이 덜해서 아쉬웠던 첫 맛. 우리나라에서 족발을 주문하면 잘려져 있는 살들이 가지런히 배달되는데, 난 그렇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잘려져 있지 않은 날것의(?) 아니 통째로 구워진 학센을 칼로 직접 잘라먹어야 했던 게 조금 어려웠다. 아르바이트를 더 오래했으면 학센을 해체하는 방법까지 배웠을텐데. 어찌됐든, 통으로 요리하다보니 육즙은 한가득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적절히 기름이 베여있어 촉촉하고. 고기의 안쪽을 다르면 또 다른 식감인데,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씹혀서 껍질없이 먹어도 맛있었다. 닥터 페퍼 학센을 먹으면서 연신 쿠텐탁을 외쳐대다가, 아참 소시지도 있지 하고 얼른 베어 물었던 페퍼부어스트. 큰 덩어리인 학센을 계속 먹다보니 그 많은 양의 살코기에 조금 질릴 때 즈음에 이 맛의 권태를 치료해주는 닥터 페퍼부어스트! 칼집을 내어 후라이팬으로 요리했는데, 사진처럼 노릇 하게 잘 구워졌고 후추가 조그맣지만 야무지게 박혀 있어서 느끼한 맛을 한번 사-악 잡아준다. 바로 이때 학센 고기 한 점을 을 다시 한번 먹으면서, 사우어크라우트를 같이 먹어주면 그곳이 바로 독일이다(?). 사우어크라우트 단독 샷이 없는 게 조금 아쉬운데, 내가 손님들에게 사이드로 서빙을 할 때마다 뿌듯해하며 서빙을 했던 기억이 있을 만큼 학센과 정말 잘 어울리는 밑반찬. 절인 양배추이지만 아삭하니 눅눅하지않고, 또 끝맛은 달큰해서 개운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저녁을 먹은 후 늦은 시간, 큰 고깃덩어리가 부담스러워 안먹겠다던 가족들에게 후회하지말란 말과 함께, 욕심부려 나 혼자 다 먹으려 했지만 결국엔 가족들과 함께 즐긴 학센. 이 가격에 이 구성, 이 양으로 그것도 집에서 슈바인학센을 즐길 수 있다니.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여서 콜라와 함께 먹었지만, 옥터버페스트 기분이라도 내고 싶다면 월드킷플래터 슈바인학센의 주문을 고민하지말자. 슈바인학센 주문 페이지 이동 (클릭)